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은콩] 달빛 07

리얼물, 목소리를 잃어버린 문빈


[Y]

빈이 형과 같이 호텔에 왔다. 예상외로 어색한 분위기 같은 건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다같이 은우 형 방에 모였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것이다.


우린 똑같이 지냈어. 연습도 하고 활동도 하고.. 형이 없어서 허전하긴 했지만, 그랬어. 형은?


형은 자기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한참을 있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자길 원망하지 않느냐고. 원망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인사도 안하고 나갔는지, 왜 지금까지 소식이 없었는지… 그러나 그것들은 전부 언젠가 형을 만난다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한 물음이었다.


“…안한 건 아니야. 근데 만나서는 그러면 안되잖아.”


목소리가 제멋대로 떨렸다. 원망이라면 1시간씩이라도 쏟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형이 또 다시 도망치면 어떡해. 무서웠다. 


형은 노래하지 못해서 도망쳤다.


그걸 알면서도 사실은 내 잘못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가 형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렇게 잡았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미리 알아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한번만 더 돌아간다면 말렸을텐데, 형이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형이 나쁜 사람이면 나는 더 나쁜 사람이다.



“….빈아, 돌아올거지?”


은우 형이 물었다. 모두들 빈이 형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돌아가도 될까? 이렇게 내 멋대로 해놓고? 형이 물었다. 형은 모른다. 형을 원망했던 것보다 내 스스로를 원망했던 게 훨씬 컸다. 내가 더 나쁜 사람이야. 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 빨리 와...”


눈꺼풀이 젖어서 내려왔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렸을 땐, 형도 부은 눈으로 울고 있었다.






[C]

같이 있는데,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원래 6명 중에 가장 몸이 좋은 멤버 따위를 뽑자면 늘 문빈이었는데 지금 문빈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산하가 어렵게 말을 뱉었다. 똑같이 지냈다. 그 말이 맞았다. 우린 너의 자리를 묻어둘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야 나중의 우리가 편하지 않을까.


너는 다시 노래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하긴 내가 아는 너는 노래할 수 있다면 여길 떠나지 않을 애이기도 했다. 내가 바쳐온 시간의 2배를 바쳐온 너다. 


“…빈아, 돌아올거지?”


너는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멤버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너는 1년 반만에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됬다. 나는 네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아마 이 밤도 한참 짧으리라.


“…드라마 촬영 끝나기도 전에 보도자료부터 풀리더라. 너 나갔다고.. 인사는 해줄 줄 알았는데.. 그 정도 사이는 또 아니었나보네.”


말 끝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담담한 척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담담하거나 괜찮거나, 그러지 못했다. 


“더 아프게 할까봐 그랬어.”


너는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먼저 씻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밝게 탈색되어있던 탈색모는 이미 까만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부러 나쁜 사람이 되려던 너처럼 정말 작위적인 흑색이었다.


“..나 옷 좀 빌려줄래…? 좀 그런 거 아는데 옷이 없어서..”


캐리어를 뒤적거렸다. 평소 캐리어를 싸둔 그대로 들고왔더니 옷이 서너벌 정도 있었다. 최근에 속옷을 선물받은 탓에 속옷도 새 것의 그 포장 그대로 들고왔다. 참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였다. 







씻고 나온 너를 봤을 때, 이제야 실감이 났다. 


우리가 돌아왔구나,

멀고 먼 길을 돌아 다시.




예전엔 워낙 몸이 좋았던 너라서 내 옷이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맞았었는데 지금 니가 입은 내 옷은 꽤 헐렁했다. 옷 속이 더 휑하게 비어버린 것 만큼, 그렇게 고생을 했던걸까. 







[M]

이렇게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것마저도 꿈같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잘못하면 이 꿈에서 쫓겨날 것만 같았다. 겨우 그런 감정에서 벗어났을 땐 씻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 다 씻고 말끔한 얼굴로 다시 마주봤을 땐 그제야 웃음이 나왔다. 나.. 여기가 내 자리였구나. 


“오늘 안자고 싶다.”

“왜? 내일 바로 출국 아냐?”

“…그냥.. 너도 있고… 너도 있고..”


머리 말려줄까? 너는 얼떨결에 으응 하고 대답했다. 드라이기 소리를 들으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내 목소리를 조금씩 내보았다. 겨우 2달이다.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게.


“목소리, 언제부터야?”

“얼마 안됐어. 진짜로… 일찍 목소리가 돌아왔더라면 일찍 돌아왔겠지.”


두 달..? 


우리 노래를 듣다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는데… 

그냥 목소리가 나왔어.


왜인지도,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목소리가 나왔던 날 정말 기뻤다.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아마 오늘을 위해서 그랬나봐. 돌아오지 않길 원했지만 여기를 늘 신경써왔던 건 사실 가장 간절하게 돌아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머리를 다 말려주고 각자 침대에 누웠다. 은우는 눕고 싶지 않아하긴 했지만.


“..무섭다. 다시 자고 일어나면 꿈일까봐.”


내가 너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지?


한달 뒤에 꼭 돌아갈게. 너의 눈을 맞추며 그렇게 말했다. 너는 여전히 나를 못믿는 얼굴 같아서, 마음이 이상했다. 


“...그냥 내일 같이 가.”

“나 방송국에서 일해, 니가 봤던 것처럼. 여기서 집도 있고.. 사표 쓰고 가야지. ”


빙긋 웃었더니 그제야 은우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천장을 바라보고 올곧게 누웠다. 연락이라도 해주지. 내가 너한테 무슨 말과 무슨 변명을 더 할 수 있을까.


이제 오래보자. 그럼 되지.







눈꺼풀이 어스름하게 내려앉았다. 왠지 정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은우야, 일어나야지.”


매니저 형이 불쑥 들어와서는 은우를 흔들어 깨웠다. 익숙한 광경이었는데 지금은 좀 낯설다. 


“으음.. 지금 일어나야 돼요, 형? ”


당연하지. 매니저 형이 자기보다 키 큰 은우를 겨우겨우 일으켜 세워서는 화장실로 떠밀었다. 나도 갈 준비를 해야 했다.


“빈아, 오랜만이야.”

“…오랜만이네요, 형.”

“미안하다.”


매니저 형이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안다. 우리가 지나온 모든 것들이 누구의 탓이 아님을.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Happy New year!!

은콩 산콩 비누 진제이 산밤

Florence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