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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콩] 달빛 01

리얼물 목소리를 잃어버린 문빈.


그림 출처: 비누냠냠

(감사합니다♡♡)





[M]

연습이 끝나고 다른 멤버들보다 조금 늦게 숙소로 돌아가려는 길이었다. 하루가 참 길었다. 터덜터덜 연습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사장님한테 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매니저 형이 짐짓 미안한 투로 말했다. 이 시간까지 그가 퇴근을 안하는 선택지도 있었나 싶다가 사장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문빈은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문이 스르르 열렸다. 매니저 형이 안에서 문을 열어준 듯 했다. 왜인지 사장님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슨 얘기를 할려는거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매니저 형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사장이라는 인간은 계속 우리 그룹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너네가 잘되야 하는데 지금 적자가 어떻고.. 나오지 않는 성과를 가만히 듣는 일은 힘들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표면적으로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은우 밖에 없어보이겠지만 우리도 열심히 했다. 적어도 이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너네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냐. 7년동안 연습을 했는데 1년치 비용도 못뽑아내면 어떡하냐. 그냥 사장이 헤까닥 정신이 나갔거니 하고 듣기로 했다. 굳이 대꾸해봐야 힘든 건 문빈 스스로일 뿐이다. 문빈은 그걸 너무 잘알았다. 


니가 대표로 뭐라도 해보라고 했다. 어떻게 할까요? 문빈이 반문했다. 안되겠으면 바닥이라도 처절하게 굴러보라는 말도 들었다. 끊임없이 모욕적이고 예의라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원래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 이상 이 공간에 있는 게 쓸모있을 거 같지가 않아서 등을 보였을 때였다. 주먹을 꽉 쥐었다. 나의 7년은 이렇게 매도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은… 기억할 수 없었다.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어줍짢은 관용표현 따위가 아니었다. 서류철이 머리 한 구석을 강타하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끊임없이 굴욕적이여서 숙소도 그저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문빈은 보컬 연습실에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가서 씻어야 하니까, 내일 또 연습해야 하니까 일어섰다. 숙소에서 씻으면서도 한참을 생각했다. 어떻게 열심히 해야하는지. 회사에 들어오고 한 순간도 치열하지 않게 산 적 없다.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상황은 딱히 열심히 하는 나를 봐주지 않는다.  젖어서 무거워진건지 아니면 생각이 많아서 무거워진건지 모를 머리가 나를 괴롭게 했다. 어렵게 잠을 청했다. 


꿈에서조차 오늘을 잊지 못할 거 같다.








[Y]

아무리 빈이 형이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딱히 눈에 띄게 늦게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빈이 형은 딱히 소식이 없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거 같아서 깨우러 가니 아직도 자고 있는 형이 보였다. 


“형, 일어나. 어디 아파?”


흔들어 깨우니 겨우 형이 몸을 일으켰다. 지금 몇 시야? 목소리가 되지 못한 바람소리가 형의 목구멍을 통과해 나오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야 깨달았다. 형은 자꾸만 목소리를 낼려고 했다. 그러나 문 밖의 아무도 이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빈아, 일어났어?”


진우 형이 물었다. 빈이 형 얼굴을 흘끗 보았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 목소리가 안나와….


바로 옆에 있는 나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였다. 진우 형이 매니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상이 무채색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M]

이비인후과에서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성대나 발성기관에는 이상이 있는 것 같지 않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고 그대로 나는 큰 병원에서 뇌사진까지 찍게 됬다. 어제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던 것도 사실이기는 했으니까.


끊임없이 불안하다. 다시 목소리를 못내면 어떡하지?


검사결과는 곧장 나왔다. 직접 듣지는 못했다. 다만 바로 수술해야 한다는 것만 매니저한테 전해들었을 뿐이었다. 움직이는 병원 천장을 멍하니 쳐다봤다. 흰색 천장에 빛이 반사되어 눈이 시렸다. 



수술실은 바깥보다 훨씬 싸늘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의료진들이 이름을 물었다. 문빈이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마취약 들어갈거에요.


그렇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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